영화〈메멘토〉(2000)를 본 사람이라면 잊기 힘든 장면이 있다. 아내를 잃은 주인공 레너드는 범인을 쫓지만, 그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10분이면 기억이 사라지는 '단기 기억 상실증'. 그는 망가진 기억을 대신할 외부 장치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잊지 말아야 할 단서는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순간의 기억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며, 그 위에 짧은 메모를 적어 둔다. 그의 몸과 주머니 속 사진들은 마치 부서진 뇌의 하드디스크처럼 기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억상실증 환자의 몸속에는 인간의 기억 구조와 컴퓨터의 메모리 구조를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다. 레너드의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따로 작동하듯, 컴퓨터 역시 빠른 기억과 오래 남는 기억을 나누어 저장한다.인간의 기억 ― 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