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역사는 종종 속도와 용량, 즉 숫자의 발전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더 사소한, 그러나 훨씬 인간적인 감정이 기술을 움직인다. 그 이름은 불편함이다. 책상 밑과 컴퓨터 뒤편의 케이블 지옥을 해방시키고, 꽂을 때마다 50% 확률 게임을 벌이게 만들었던 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20년 넘게 진화해 온 기술. 바로 USB(Universal Serial Bus) 이야기다.혼돈의 시대 ― 케이블의 바벨탑USB가 등장하기 전인 1990년대 초, 컴퓨터의 뒷면은 언어가 뒤섞인 도시처럼 혼돈 그 자체였다. 마우스, 프린터, 키보드, 모뎀, 조이스틱이 모두 각자의 문법을 가지고 있었다. 마우스를 위한 길고 얇은 직렬 포트(Serial Port), 프린터를 위한 25개의 핀이 빽빽한 병렬 포트(P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