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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운영체제 ― 누가 손 안의 세상을 지배하는가?

IT조아(it-zowa) 2025. 11. 2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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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초창기의 춘추전국시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모바일 세상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오늘날처럼 안드로이드와 iOS가 세상을 양분하기 전, 수많은 운영체제들이 각자의 왕국을 세우고 경쟁하던 시절이 있었다. 모바일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당시 무대의 주인공은 노키아의 심비안(Symbian), 블랙베리의 전용 OS,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Windows Mobile)이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시절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철학과 왕국을 가지고 있었다.

● 심비안 ― “휴대폰은 곧 노키아”의 시대

 

심비안은 2000년대 초반,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다. “휴대폰은 곧 노키아”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전 세계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던 시대에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시대가 도래하자 심비안은 그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노키아는 여전히 물리적 키패드와 폐쇄적 시스템에 머물렀다.

 

결국, 시대의 중심은 ‘하드웨어’에서 ‘경험’으로 옮겨갔고, 노키아의 왕국은 서서히 무너졌다.

 블랙베리 ― 손 안의 이메일 왕국

한편 블랙베리(BlackBerry)는 한때 “ 비즈니스맨의 상징”이었다. 자판이 달린 특유의 디자인과 실시간 이메일 기능 덕분에 정치인, 기자, 기업가들이 애용했다.

 

하지만 블랙베리의 장점은 곧 한계가 되었다. 이메일 이외의 기능은 빈약했고, 앱 생태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자, 그들의 ‘스마트’는 너무 단조로웠던 탓에 살아남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 ― 주머니 속의 윈도우, 그러나 실패한 꿈

 

PC 운영체제의 절대적인 제왕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그 영광을 손 안으로 옮기려 했다. “주머니 속의 윈도우”를 표방하며 Windows Mobile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작은 화면에 데스크톱 인터페이스를 억지로  축소하다 보니 터치 조작이 불편했고, 속도도 느렸다. 

 

이후 Windows Phone으로 재도약을 시도했으나, 앱 부족과 폐쇄적 개발 구조로 인해 실패했다. 결국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책상 위 PC의 제왕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손 안의 모바일 세상에서는 제대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iOS의 경쟁 시대

 아이폰의 등장 ― 세 개의 기기가 하나로

 

2007년,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에서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 그는 청바지와 검은 티셔츠 차림으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이팟, 전화기, 그리고 인터넷 통신기기. 이 세 가지가 하나로 합쳐진 제품입니다.”

 

이 한 문장은 모바일 혁명의 선언문이었다. 아이폰은 단순한 휴대폰이 아니었다. 손 안의 작은 컴퓨터, 즉 인간의 삶을 다시 설계한 플랫폼이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설계하며 완벽한 호환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그리고 2008년, 세상을 뒤흔든 또 하나의 혁신이 등장했다. 바로 앱스토어(App Store)이다.

누구나 앱을 만들어 전 세계에 올릴 수 있었고, 사용자는 단 몇 번의 터치로 그것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이 생태계는 곧 ‘앱 경제(App Economy)’ 를 만들어냈고, 스마트폰은 하나의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iOS의 가장 큰 강점은 수직계열화(Serialization)에 있었다. 애플의 모든 기기가 하나의 운영체제로 연결되는 개념이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 TV, 애플워치까지 — 모두 iOS(혹은 macOS, iPadOS) 기반으로 호환되며 하나의 계정으로 연결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iOS는 단순한 스마트폰 OS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Ecosystem)로 자리 잡았다.

 구글의 반격 ― 안드로이드의 등장

 

하지만 세상은 한쪽의 독점으로 머물지 않는다. 2005년, 구글(Google) 은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모바일은 미래의 인터넷이다.” 2008년, 첫 번째 안드로이드폰이 세상에 등장했다.

 

안드로이드의 무기는 단순했다 — 무료, 개방, 그리고 다양성. 누구나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었고, 삼성, LG, HTC, 샤오미 등 전 세계 제조사들이 합류했다. 안드로이드는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까지 폭넓게 확산되며 순식간에 세계 시장을 점령했다.

 

안드로이드는 버전마다 귀여운 디저트 이름을 붙였다. Cupcake, Donut, Eclair, Froyo, Gingerbread, KitKat, Oreo…
이 귀엽고 친근한 이름들은 기술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 안드로이드는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안드로이드의 버전별 이름 (출처 : 인공지능 시대의 IT기술의 이해)

 닫힌 사과 vs 열린 로봇 ― 두 철학의 대결

애플의 iOS는 철저히 폐쇄적이고 통제된 환경을 유지했다. 애플 기기에서만 작동하고, 애플이 모든 것을 직접 관리했다. 덕분에 안정성과 보안성은 뛰어났고, 세련된 사용자 경험을 보장했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개방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삼았다. 무료로 배포되어 누구나 기기 제조에 활용할 수 있었고, 기기와 가격대의 경계가 없다.

 

하나는 ‘완벽한 질서’, 다른 하나는 ‘무한한 다양성’. 이 두 철학은 지금도 나란히 세상을 나누고 있다. 그 결과, iOS는 충성도 높은 프리미엄 사용자층을 확보했고,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손 안의 제국, 두 개의 세계

이제 전 세계 스마트폰의 99% 이상이 안드로이드와 iOS 두 운영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한때 시장을 지배했던 심비안, 블랙베리, 윈도우 모바일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도전이 있었기에 지금의 스마트폰이 존재한다.

 

이제 세상은 단 두 개의 제국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정제된 질서의 세계, iOS. 다른 하나는 끝없는 다양성의 세계, Android. 그 두 제국의 경쟁은 오늘도, 당신의 손 안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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