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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2nd Life의 재판이 될 것인가?

IT조아(it-zowa) 2025. 6. 9.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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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래의 플랫폼'이라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메타버스가, 최근에는 잇따른 철수와 축소의 뉴스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또 다른 세상 열릴 줄 알았는데…”라는 기사 제목처럼, 이용자들의 기대는 빠르게 외면으로 돌아섰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통신 3사가 메타버스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방향을 급하게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고, 서울시가 60억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 서울’조차 외면 속에 운영이 중단되었다. 이는 단순한 사업 실패가 아니라, 메타버스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신호다. 다음의 기사들은 메타버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  언론이 말하는 메타버스의 현실

화려한 출발과는 달리,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대폭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메타버스는 또 실패하고 있는 걸까?”

 

지금과 같은 '가상 세계'에 대한 기대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3년 미국에서는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라는 메타버스형 플랫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아바타를 생성하고, 가상화폐로 부동산을 사고, 디지털 공간에서 학교·회사·극장 등 다양한 사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제2의 인생’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세컨드라이프를 떠났고, 이후 세컨드라이프는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지금의 메타버스와 2003년의 세컨드라이프. 시간만 다를 뿐, 두 플랫폼이 맞이한 현실은 점점 닮아가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는 어땠는지 돌아보고, 메타버스의 미래를 살펴보자!


세컨드 라이프란?

세컨드 라이프 (출처: 세컨드 라이프 홈페이지)

 

세컨드 라이프는 2003년 미국의 린든랩(Linden Lab)에서 출시한 최초의 메타버스형 플랫폼이다. 현실과 유사한 활동이 가능한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는 아바타를 만들어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단순히 ‘은퇴 후 인생 2막’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의 완전한 제2의 삶을 지향했다.

세컨드라이프 캐릭터 (출처: 세컨드라이프)

 

이 플랫폼에서는 현실의 나를 대체할 디지털 존재인 아바타를 생성하고, 가상화폐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거나 건물을 짓고 상거래도 가능했다. 학교, 직장, 공연장, 도시 등 현실과 유사한 공간들이 구현되었으며, 이용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부동산 투자 및 쇼핑 (출처: 세컨드라이프 홈페이지)

 

이곳에서는 단순한 채팅이나 게임을 넘어, 토지를 사고팔고 건물을 짓는 디지털 부동산 활동이 가능했고, 실제 통용되는 가상화폐 ‘린든 달러(Linden Dollar)’로 경제 시스템도 작동했다. 누구나 가상의 땅을 구입하고 건축하거나 상점을 열 수 있었으며, 이 땅은 실제 화폐로도 환전이 가능했다. 

 

이처럼 출시 초반에는 신선한 충격을 주며 큰 주목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열광했고, 일부 기업과 교육기관도 실험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사용자 이탈이 빠르게 이어졌고, 기술적 한계와 몰입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플랫폼은 빠르게 쇠퇴했다. 결과적으로 세컨드라이프는 화려한 기대감을 등에 업고 등장했지만, 사용자 경험과 기술의 간극을 넘지 못하고 사용자 이탈로 인해 조용히 잊혔다.


메타버스는 Second Life에서 무엇을 극복했는가?

세컨드라이프의 실패 이후, 메타버스는 한동안 잊힌 개념이었다. 그러나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팬데믹, 디지털 전환, 그리고 Z세대의 등장이 새로운 메타버스 붐을 일으킨 것이다. 이번에는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늘날 메타버스는 확실히 여러 측면에서 진보를 이루었다. 기술 환경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모바일과 클라우드 기반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제페토·로블록스·포트나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각각의 목적과 콘셉트를 갖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사용자층도 달라졌다. Z세대는 단순히 메타버스를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하고 교류하며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기술, 플랫폼, 사용자 참여 방식 모두가 진화한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오늘날 메타버스를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팬덤, 마케팅, 교육 등 "실생활과 연결된 응용력"이다. 과거의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메타버스는 교육·마케팅·산업훈련 등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 교실 (출처: 웅진)

 

기업들은 팬덤 마케팅을 위해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고, 학교들은 가상 교실을 열어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공간으로 메타버스를 채택하며, 의료나 안전훈련 같은 실무 분야에도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직접 참여 유도 (출처: 스탠월드(Stan World))

 

결국, 현재 메타버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 닿아 있는지 여부다. Second Life가 ‘가상 부동산과 자유’를 내세웠다면, 지금의 메타버스는 ‘연결성과 실용성’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다른 궤도 위에 있다.


그러나… 또다시 세컨드라이프처럼?

기술은 진화했고, 플랫폼은 다양해졌으며, 실생활과의 연결성도 강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메타버스는 또다시 세컨드라이프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지속성 문제다. 많은 플랫폼이 오픈 초기에는 주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체험해 볼 만한 재미는 있지만, 오래 머물 이유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 시도가 있었지만, 그것이 꾸준한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메타버스에서 걸그룹 공연 (출처: 제페토)

 

상업화 중심의 공간 변질도 문제다. 이용자의 창작이나 커뮤니티보다는 브랜드 광고, 이벤트 홍보 등 기업 중심의 활동이 주를 이루면서 플랫폼의 성격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사용자 간 자연스러운 상호작용보다는 마케팅과 쇼핑 콘텐츠가 우선시되는 구조는, 결국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 발전보다 느린 사회적 수용 속도도 간과할 수 없다. 메타버스는 분명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교육·공공·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기에는 아직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디지털 격차로 인해 일부 계층에게는 여전히 ‘낯선 공간’에 불과하며, 현실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체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아직 킬러앱이 없다는 점이다. 메타버스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결정적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세컨드라이프와 유사한 불안 요소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실보다 불편한 UI, 낮은 기기 보급률, 콘텐츠 부족, NFT 기반 수익화 실패 등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오늘날 메타버스도 “기술은 앞섰지만,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렵다. "초기의 큰 기대 → 단기적인 붐 → 지속 실패"라는 흐름은 세컨드라이프의 경우와 닮아 있다. 킬러앱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메타버스 역시 그 한계를 넘지 못할지도 모른다.


세컨드라이프는 너무 앞서갔고, 메타버스는 너무 성급했다.

초기의 세컨드라이프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시대를 너무 앞서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용자 중심의 설계 부족, 기술과 환경의 불균형, 현실과의 단절이 그 몰락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메타버스를 목격하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고, 플랫폼은 다양해졌으며, 실생활과의 접점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용자는 여전히 빠르게 이탈하고 있고, 킬러앱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재정비의 시간’이다. 더 이상 판타지로 포장된 유토피아가 아닌, 교육, 의료, 산업훈련처럼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메타버스로 전환해야 할 때다. 최근 Apple Vision Pro와 같은 XR 기기의 발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술의 방향도 ‘더 화려하게’가 아닌, 더 생산적으로, 더 연결되게, 더 몰입감 있게 재해석되어야 한다.

 

“메타버스는 세컨드라이프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거기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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