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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공연 전석 매진, 버추얼아이돌 성공비결은 MR?

IT조아(it-zowa) 2025. 4. 27. 09:52

버추얼 아이돌의 성공시대가 열릴까? 

플레이브 (출처: weave.io)

최근 플레이브라는 버추얼 아이돌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2024년 3월, 플레이브가 첫 음악방송 1위를 했다. 심지어 플레이브의 뮤직비디오 "Dash"는 현재 시점으로 조회수가 1000만 회가 넘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공연은 단 10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놀라운 기록까지 세웠으며, 플레이브의 이례적인 성공은 단순히 하나의 팀이 떠올랐다는 의미를 넘어서, K-pop 산업 전반에 '버추얼 아이돌 시대'가 도래했음을 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PLAVE 'Dash' 뮤직비디오 (출처: PLAVE 공식 유튜브)

사실 과거에도 사이버 가수나 가상 아이돌이 등장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단발성 이슈에 그치거나, 기술력 부족과 낮은 몰입도로 인해 주류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버추얼 아이돌은 다르다.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활동과 음악, 팬덤을 갖춘 팀들이 속속 등장하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플레이브는 팬들과의 실시간 소통, 세밀한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감정이입 가능한 서사와 비주얼을 통해 진짜 사람이 아닌데도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는 몰입감을 전달해 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전의 사이버 가수들과 무엇이 달랐던 걸까? 

과거의 사이버 가수

버추얼 아이돌이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사실 그 뿌리는 199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부터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가수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를 시도했다.

 

  • 일본의 다테 코코

1996년, 일본에서는 ‘다테 코코’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사이버 가수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대형 연예기획사인 호리프로가 만든 이 가상의 여성 캐릭터는 미래형 스타로서 주목을 받았고, 실제 음반까지 발표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외형은 전형적인 90년대 일본 아이돌의 이미지를 따랐고, 당대의 기술 수준에 맞춰 2D와 3D 요소가 혼합된 형태로 구현되었다. 그러나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었고, 캐릭터가 정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어 팬들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불가능했다.

  • 1998 한국의 아담

2년 뒤인 1998년, 한국에도 ‘아담’이라는 사이버 가수가 등장했다.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이 캐릭터는 실제 가수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음반을 발표했고, ‘세기말의 사랑’이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또한 영화 ‘아담과 마담’에 출연하며 가상의 존재가 실제 콘텐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초기에는 높은 관심을 받았으나,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표정이나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이 부족했고, 지속적인 활동도 어려워 아쉬움을 남겼다.

  • 일본의 하츠네 미쿠

2000년대 초에는 일본의 ‘하츠네 미쿠’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 캐릭터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보컬로이드(Vocaloid)라는 음성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노래를 부르고 콘서트를 열 수 있는 ‘싱어’로 활동했다. 3D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실제 콘서트도 개최되었고, 굿즈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IP가 확장되었다. 이는 팬덤의 주도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이버 가수들과는 차별되는 방식이었다. 하츠네 미쿠는 뚜렷한 캐릭터성과 일본 서브컬처의 지지를 받으며 일정 수준의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테 코코 아담 하츠네 미쿠 (출처: 나무위키)

 

하지만 이들 사이버 가수들은 대중적으로는 ‘반짝 성공’에 그쳤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약점은, 이들이 실제로 소통하거나 감정을 나눌 수 없는 존재였다는 점이다. 공연은 철저히 정해진 영상 기반의 콘텐츠였고, 팬들과의 교류는 거의 불가능했다. 아무리 외형이 매력적이고 기술이 신기해도,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들은 단순히 구현된 캐릭터로만 소비되었고, 감정이입하거나 애정을 지속적으로 쏟기엔 몰입할 여지가 부족한 존재였다.


버추얼 아이돌의 본격적인 등장

과거의 사이버 가수가 단지 화면 속 캐릭터에 불과했다면,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등장한 버추얼 아이돌들은 완전히 다른 존재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팬과의 ‘소통’과 ‘감정 교류’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있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캐릭터들이 단순한 시청 대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 2016년, 일본의 '키즈나 아이'

일본의 키즈나 아이(출처: 나무위키)

 

일본에서 등장한 ‘키즈나 아이(Kizuna AI)’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한 최초의 버추얼 유튜버(VTuber) 중 하나였다. 기존의 사이버 가수가 정해진 콘텐츠만 보여주는 일방향적 존재였다면, 키즈나 아이는 실시간 방송과 팬과의 대화를 통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팬들과 함께 게임을 하거나 일상을 공유하고, 때로는 라이브 스트리밍 중 즉석에서 팬의 반응에 웃고 답하는 모습은 진짜 사람 같은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3D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표정을 지었으며,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팬과 함께 살아가는 가상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활동 방식은 기존 사이버 가수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몰입 경험을 제공했다.

  • 2016년, 미국의 '릴 미켈라'

미국의 릴 미켈라 (출처: 나무위키)

 

같은 해 미국에서는 ‘릴 미켈라(Lil Miquela)’가 등장했다. 그녀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실존 인물처럼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고, 신곡을 발표하고, 모델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회적 행보를 이어갔다. 실제 셀럽들과 함께 찍힌 듯한 사진과 스토리를 꾸준히 업로드했고, LGBT 이슈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외형적으로는 CG이지만, 표현 방식은 철저히 현실과 유사하게 설계되었고, 이로 인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새로운 형태의 인플루언서로 주목받았다. 다만 릴 미켈라는 실시간 소통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팬들과의 직접적인 교류에는 한계가 있었다.

 

  • 우리나라의 ‘이터니티’, ‘에스파’, ‘메이브’

이후 등장한 우리나라의 ‘이터니티’, ‘에스파’, ‘메이브’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아이돌 그룹 그 자체로서 활동하기 시작하며, 버추얼 아이돌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AI아이돌, 펄스나인의 이터니티 AI아바타와 공존하는 에스파 버추얼 아이돌, 카카오의 메이브

 

펄스나인의 ‘이터니티’는 AI 기반 음성 합성 기술과 실시간 렌더링 시스템을 통해 구현된 버추얼 그룹으로, 각 멤버가 방송에 출연해 실제 사람처럼 대화하고 팬과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단순히 사전 녹화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는 점에서 기존 사이버 가수와는 전혀 다른 몰입감을 제공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현실 세계의 멤버와 가상 아바타 멤버가 쌍둥이처럼 연결된 존재로 설정되었으며, 이들이 활동하는 ‘KWANGYA(광야)’ 세계관 안에서 다양한 서사와 사건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버추얼 아이돌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아바타 멤버가 음악 콘텐츠는 물론 예능, SNS 활동 등 다양한 플랫폼에 참여하며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메이브(MAVE:)’는 현실 인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CG 기반 버추얼 그룹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아이돌처럼 음원 발매, 뮤직비디오 촬영, 예능 출연, SNS 소통 등 전방위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팬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  : 팬들과 소통하는 실체 ~

가상과 현실을 경계를 허무는 소통 방식으로 팬덤 구축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한때는 CG로 만든 캐릭터가 사람처럼 활동하는 모습에 대해 “이질적이다”,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편하고 좋다”, “실제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플레이브 예능 : 먹방 & 눕방 & 힐링타임 (출처: PLAVE 공식 유튜브)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가 바로 플레이브의 유튜브 콘텐츠인 〈먹방 & 눕방 & 힐링타임! 파자마 파티 #1〉이다. 단순히 무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멤버들이 파자마를 입고 누워서 수다를 떨고, 음식을 먹으며 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장면은 CG 캐릭터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단순한 취향의 변화라기보다는, 기술과 문화의 발전이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시간 렌더링과 모션 캡처, 표정 감지 기술이 정교하게 융합되며 캐릭터가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을 구현하고, 여기에 감정이입 가능한 서사와 캐릭터성이 더해져 팬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 것이다. 예전에는 단지 미리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나 영상만을 보여줬다면, 지금의 버추얼 아이돌은 라이브 방송에서 팬의 채팅에 반응하고, 팬미팅에서 팬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이처럼 소통의 방식이 극적으로 확장되면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감정 표현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단순히 외형이 예쁘고 매력적인 것을 넘어서, 슬픔, 기쁨, 당황함, 설렘 등 인간적인 감정을 CG 캐릭터가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팬들은 점점 더 그들을 ‘그냥 캐릭터’가 아닌 ‘정서적으로 연결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BTS 백악관 연설 장면 (출처: 위키백과)

 

실제로 BTS처럼 팬들과의 감정적 연결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사례 이후, 버추얼 아이돌 역시 SNS, 팬카페,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과거의 사이버 가수가 단순히 영상 콘텐츠 기반의 일방향 소비였다면, 지금의 버추얼 아이돌은 팬과 실시간으로 교감하고, 감정을 나누며,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변화한 것이다.


사이버 가수는 VR, 플레이브는 MR  

이제는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의 개념 비교 (출처: ©IT기술의이해)

 

지금까지의 버추얼 아이돌이 기술과 감성의 접점을 만들어냈다면, 플레이브는 그걸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바로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이라는 기술이다.

  • 예전 사이버 가수들은 VR 혹은 AR

예전 사이버 가수들이 활동하던 방식은 대부분 VR(가상현실) 기반이었다. 쉽게 말해, 완전히 만들어진 가상 세계 안에서 영상처럼 보여주는 거라, 우리는 그냥 화면 앞에서 ‘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CG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안에 들어가 직접 느끼고 반응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다 AR(증강현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현실 배경 위에 캐릭터를 덧씌우는 식으로, 신기하긴 했지만 여전히 정보 중심이고, 감정 교류나 상호작용은 부족했다.

  • 플레이브는 MR!

근데 MR(혼합현실)은 다르다. MR은 가상과 현실이 완전히 섞인다. 그냥 화면 속 CG가 아니라, 현실 무대 위에 가상의 아이돌이 ‘같이’ 서 있는 느낌이다. 조명도 받고, 무대도 밟고, 팬이랑 눈도 마주친다. 예전 같으면 “컴퓨터 그래픽이지 뭐~” 하고 넘어갈 장면들이, 이제는 “헉, 진짜야?”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플레이브는 이 MR 기술을 제대로 활용했다. 단순히 예쁜 CG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짜 공연처럼 조명, 음향, 카메라 워킹까지 완벽하게 연출하고, 라이브 중엔 팬들이 남긴 댓글에 반응하고, SNS로 실시간 소통까지 한다. 플레이브의 공연은 단순히 ‘보는 무대’가 아니라, ‘같이 만드는 무대’다. 사람들은 더 이상 플레이브를 현실에서 감정을 주고받는 ‘또 하나의 진짜 아이돌’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진짜가 되기 시작했다.

향후에도 계속 성공할 것인가? 

플레이브의 성공은 단지 한 팀의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이제 본격적으로 K-pop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MR 기술을 기반으로, 이들은 감정과 기억, 교감까지도 재현해 내며 팬들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진화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만약 AI가 실체 역할을 한다면?

연기자 없이도 AI가 완벽한 감정을 표현하고, 음성 모델링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재현하며, 멈추지 않고 24시간 활동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보다 더 효율적인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기술이 더 정교해지고, 팬들과의 감정 연결마저 알고리즘으로 구현되는 시대가 오면, 결국 우리가 사랑한 것은 사람인지, 캐릭터인지, 혹은 그 감정의 환상인지조차 모호해질지도 모른다. 버추얼 아이돌의 진화는 분명 멈추지 않을 것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점점 더 경계 없는 새로운 감정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이 진짜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 ‘진짜’가 진짜 사람일 필요는 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AI가 사람처럼 노래하고, 웃고, 감정을 표현하며,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존재를 우리는 어디까지 진짜라고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