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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알파고 : 사실은 불공정 게임!

IT조아(it-zowa) 2025. 1. 23. 09:50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출처 : 한국기원)

 

2016년 3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 한국의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인간 대 AI의 대결은 단순한 바둑 경기를 넘어,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알파고는 5번의 대국 중 4승 1패로 승리하며 AI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이세돌에게 패배를 안겨준 제4국의 승리는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경기를 진정한 의미의 ‘공정한 대결’로 볼 수 있을까?

이세돌 VS 알파고

1988년 데뷔 년도 2015년
九단 단위 五단 (자체 추정)
53승 27패
(2015년 기준)
실적 및
능력
인공지능 기계학습
(48개 GPU로 구성된 슈퍼 컴퓨터)

 

이세돌은 하나의 몸이었지만, 알파고는 48개의 GPU(Graphic Processing Unit)로 구성된 슈퍼컴퓨터였다. 이는 마치 알파고는 48명이 머리를 맞대고 바둑을 두고 이세돌은 홀로 바둑을 둔 셈이었다. 결코 공정한 게임이라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이 역사적인 대결은 단순히 인간과 기계의 승패를 넘어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어떻게 펼쳐져 왔는지 살펴보자.


인간과 기계의 대결, 그 역사

1. 체스

1997년 인공지능과 겨뤘던 체스챔피언 (출처 : 조선비즈, 2016.3.9).
딥블루가 체스 게임에서 승리할 때의 TV 화면 (출처 : 위키피디아)

 

1996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16년간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와 맞붙었다. 첫 대결에서 딥블루는 1승 2 무 3패로 패배했지만, 1년 뒤 1997년 업그레이드된 딥블루는 카스파로프를 꺾으며 역사적인 승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딥블루의 승리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었다기보다는 체스에 특화된 병렬처리 계산능력 덕분이었다. 결국 딥블루는 "거대한 계산기"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실생활에 활용될 가능성은 낮았지만, 딥블루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드디어 승리하는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2. 퀴즈쇼

2011년 IBM 왓슨의 TV 퀴즈쇼 우승장면 (출처 : The Guardian)

 

2011년,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Watson)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퀴즈 챔피언 켄 제닝스(Ken Jennings)와 브래드 러터(Brad Rutter)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왓슨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복잡한 질문에 답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인공지능(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의 잠재력을 입증한 사건이었다.

이 대결은 AI가 단순 계산을 넘어 "자연어 처리와 추론 능력"에서 인간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AI 기술이 아직 우리의 생활에서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3. 바둑

(출처 : SBS 뉴스, " 세계적 대국 프로 구단 '이세돌'의 마지막 대국")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바둑은 체스나 퀴즈보다 경우의 수가 방대해 10171가지나 되어. 이전의 기술 수준으로는 컴퓨터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구글에서 성능이 많이 개선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하여 인간과의 대결을 추진하였다. 알파고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 대국에서 2015년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 5-0의 승리를 하였다. 이에 자신감을 가지고 바둑 최강자와의 대결을 벌이는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 대회를 추진하였다. 첫 번째 대결은 당시 10년간 바둑 최강자로 세계를 제패하였던 대한민국의 이세돌 9단과 추진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완승하며 AI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 와중에서 이세돌이 한 경기를 이기게 되는데, 바로 제4국에서였다. 이는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 덕분이었다.

이세돌의 신의 한수, 제4국의 78수 (출처 : 한국기원)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78수는 알파고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완전히 창의적이고 비정형적인 수였다. AI는 기존의 기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과 확률로 움직였지만, 이세돌의 직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수는 알파고를 혼란에 빠뜨렸다. 실제로 알파고는 이후 몇 수 동안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고, 결국 이세돌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알파고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다섯 경기 중 네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 대국은 진정한 의미에서 불공정 경기였다. 알파고는 48개의 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작동했으며, 이는 마치 48명이 협력하면서 바둑을 두는 것과 같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에는 당시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프로바둑기사 커제(柯洁)와 대결을 펼친다. 이 대결에서는 알파고가 커제에게 5:0이라는 일방적인 승리를 가져온다. 이후 알파고는 계속 학습과정을 진행하며 더욱 강하게 진화되어 더 이상 인간과의 대결에서 맞수가 없게 된다. 결국 2017년 12월 알파고는 바둑계에서 은퇴를 선언하였다,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유일한 사람이 이세돌이 된 것이다. 48개의 GPU와의 '불공정한' 대결에서도 가장 창의적인 수를 두어 한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던 이세돌 9단의 업적은 대단한 것으로 남게 되었다.


알파고 이후, AI가 바꾼 세상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전 세계 기술진들이 AI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 AI는 단순한 계산을 처리하는 기계를 넘어서 인간의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드는 기술로 자리를 잡아갔다.

 

알파고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 성과가 아니라, 인공지능 역사의 변곡점이었다. 체스와 퀴즈에서 AI는 인간과의 경쟁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지만, 실생활로 이어지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바둑 게임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이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바둑이나 게임 분야 이외에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보는 시도가 줄을 이어 시도되어 획기적인 발전이 뒤를 이었다. 이와같이 알파고는 딥러닝 기술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리며, 인공지능이 바둑을 넘어 일상생활과 산업에 깊이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단순한 바둑 경기를 넘어,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다. 이 대결은 AI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반자임을 알려준 계기였다. 알파고가 보여준 가능성은 시작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는 의료 진단에서부터 자율주행차, 개인 맞춤형 교육, 환경 보호에 이르기까지, AI는 복잡한 문제에 대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으로 우리의 삶이 변화했음을 체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