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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실리콘은 우리가 아는 그 실리콘일까?

IT조아(it-zowa) 2025. 1. 16. 00:22

실리콘밸리의 실리콘은 고무가 아니라 모래를 뜻한다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만의 서쪽과 남쪽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IT 중심지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과수원과 농산물 가공을 주로 하던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산업이 발전하면서 항공산업과 전기전자 산업이 자리 잡았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은 반도체에 쓰이는 규소(실리콘)와 지역의 지형적인 특징인 산타클라라 계곡(Santa Clara Valley)에서 따온 말이다. 1970년대부터 많이 쓰였고, 사실 이 명칭이 널리 퍼지게 된 건 반도체 관련 신문인 '일렉트로닉 뉴스'에서 돈 회플러(Don Höfler) 기자가 '실리콘밸리'라는 표현을 기사에서 사용하면서였다. 이때부터 지금처럼 유명한 실리콘밸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과거 과수원에서 현재 IT산업의 중심지로, 실리콘밸리는 어떠한 변화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졌는지 주요한 역할을 한 기업을 살펴보자.


실리콘밸리에서 IT벤처의 시작

실리콘밸리의 성장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정책 덕분에 더욱 가속화되었다. 주 정부가 전자산업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1세대 기업으로는 HP가 있다. 1939년에 윌리엄 휴렛(William Hewlett)과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가 공동으로 설립한 전자계측기기 제조 회사로, 지금은 프린터, 컴퓨터, 서버 등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유명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이 회사가 미국 대공황기 때 팔로알토(Palo Alto)시에 있는 작은 차고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두 창립자 모두 1934년에 스탠포드 대학교를 졸업했다.

미국 산호세에 있는 HP 본사. (출처 : 로이터)

 

이후 실리콘밸리에는 Fairchild, AMD 같은 반도체 회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들이 모여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면서, 실리콘밸리가 명실상부한 IT와 반도체 중심지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IT벤처 기업 성공 사례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포드 대학교 출신들이 창업하여 성공한 IT기업들을 살펴보자.

 

인텔(Intel Corporation)은 1968년 7월에 설립되었다. 반도체 산업의 선구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와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가 투자자 아서 록(Arthur Rock)의 도움을 받아 시작한 회사이다. 특히,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 덕분에 인텔은 반도체 발전의 중요한 기여자가 되었다.

 

인텔은 실리콘밸리를 하이테크 센터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초기에 SRAM과 DRAM 메모리 칩 개발에 집중했는데, 이 사업이 1981년까지 인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1971년에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개발했지만, PC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인텔의 주력 사업이 되었다.

 

인텔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실리콘밸리에 많은 IT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크게 번성하게 되었다.

인텔 본사 (출처 : Wikipedia)

구글(Google LLC)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이 두 사람은 박사 과정 중에 처음 만나서 연구하다가, 지금의 구글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검색 알고리즘을 발명하게 되었다. 구글의 초창기 시범 검색 엔진 주소는 ‘google.stanford.edu’였고, 이 주소로 초기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스탠포드 대학교가 이 검색 알고리즘에 대한 권리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구글이 성장하면서 스탠포드 대학교는 권리금 형식으로 약 3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이렇게 시작한 구글은 이제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이자, 글로벌 IT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인스타그램(Instagram, Inc.)의 설립자인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스탠포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2010년 초에 소셜 위치 공유 서비스인 '버븐(Burbn)'을 개발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위치 공유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 기능이 점차 사진과 동영상 공유로 확장되었다. 베타 테스트 기간 중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를 공동 창업자로 영입하면서, 두 사람은 모바일 사진 공유 기능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고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했다.

 

이후 버븐은 사진 및 동영상 공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탈바꿈했고, 지금 우리가 아는 인스타그램으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야후(Yahoo! Inc.)는 미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검색 엔진으로 유명했다. 이 포털의 전신은 스탠포드 대학교 전자공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제리 양(Jerry Yang)과 데이비드 파일로(David Filo)가 1994년 1월에 만든 디렉터리 사이트였다. 제리 양은 대만계 미국인, 데이비드 파일로는 미국인으로, 두 사람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디렉터리가 야후의 시작이었다. 야후는 이후 1995년 3월에 공식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인터넷 초창기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엔비디아(NVIDIA Corporation)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현재 GPU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인공지능 칩 분야에서도 80% 이상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플랫폼 시장에서도 업계에서 가장 앞서가며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출신인 젠슨 황(Jensen Huang), 커티스 프리엠(Curtis Priem), 크리스 말라코스키(Chris Malachowsky)가 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93년 4월에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서 회사를 함께 설립하였다.

 


주변의 대학교가 인재 배출 및 여건 조성

스탠포드 대학교

 

위에 나열한 기업들과 같이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많은 IT 기업들은 스탠포드 대학교의 교수나 졸업생들이 창업한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요인 중에 하나가 주변에 있는 대학교에서 좋은 인재를 배출하여 IT벤처를 활발하게 창업하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다. 특히, 명문대학인 스탠포드 대학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양질의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중요한 인재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UC 버클리 대학교

 

실리콘밸리 주변에는 스탠포드 대학교 외에도 명문대학인 UC 버클리, 아인슈타인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SFSU) 등 여러 유수의 대학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대학들이 모여 캘리포니아는 끊임없는 인재를 배출하며, 실리콘밸리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인력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칼텍)


실리콘밸리의 성공이 다시 대학으로 환원

스탠포드 대학교 캠퍼스의 공과대학 일부 (©IT조아)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하며 출신 대학이나 주변 대학에 서로 상생이 되는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다. 우선 대학에서 공급해 주는 인력을 채용하여 일자리를 넓혀주고, 기술개발을 위한 산학협력 연구를 진행하며, 사업에 크게 성공한 기업의 경우에는 기부금도 많이 내고 있다. 특히, 인텔,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몇 기업에서는 대학 캠퍼스에 건물을 지어주어 교육 환경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휴렛 빌딩 (Hewlett Building)과  팩커드 빌딩 (Packard Building)

휴렛 빌딩(왼쪽)과 패커드 빌딩(오른쪽)이 나란히 서 있다. (출처 : E. Johnson, flickr)


HP의 공동 창업자인 윌리엄 휴렛의 기부로 건립된 휴렛 빌딩은 주로 공학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공학적 지식을 쌓고 연구를 진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HP의 또 다른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팩커드의 기부로 세워진 패커드 빌딩은 전기공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는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와 연관된 연구와 혁신이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인텔 빌딩 (Intel Building)

고든&베티 무어 재료공학 연구 센터 건물 (출처 : StanfordReport)

 

인텔의 공동 창립자인 고든 무어와 그의 아내 베티 무어의 기부로 건립된 이 건물은, 다양한 과학기술 연구와 교육을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