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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TY 자판의 이름, 이런식으로? (걸그룹 밴드 QWER도?)

IT조아(it-zowa) 2025. 1. 13. 12:42

현재 로마자 입력으로 널리 사용되는 QWERTY 자판

QWERTY 자판은 이름 그대로 키보드 위쪽 줄에 있는 6글자(Q, W, E, R, T, Y)를 따서 명명되었다. 이름이 간단하다고 해서 이 배열이 별다른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이 배열은 초창기 타자기를 설계할 당시 타이핑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QWERTY 배열은 초창기 타자기에서 기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타자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 모든 디바이스에서 대중적인 키보드 건반 배열로 자리 잡았다.

QWERTY 자판 (출처 : Wikipedia)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인기 걸그룹 밴드 큐떱이알(QWER)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일본어 이름으로 데뷔를 하려다가 급하게 QWER로 변경했다고 한다. 현재 큐떱이알은 디스코드, 고민중독, 내 이름 맑음, 안녕 나의슬픔 등의 노래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걸그룹 밴드 QWER (사진 : 타마고 프로덕션)


그런데 한글 등 비로마자 입력은 어떻게 할까?

 

로마자 자판 배열 원리

QWERTY 자판은 기계식 타자기 시대에 키 재밍(key jamming)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당시 인접한 키를 자주 누르면 타자기 내부에서 키건반의 엉김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효율적인 알파벳의 배치로 고안된 것이 바로 "QWERTY...UIOP"의 건반 배열이다.

 

드보락 자판 (출처 : Wikipedia)
콜맥 자판 (출처 : Wikipedia)

 

하지만 이후 드보락(Dvorak) 자판이나 콜맥(Colemak) 자판처럼 키보드 스트로크의 속도가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배열도 등장했지만, QWERTY의 대중적 확산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널리 보급된 QWERTY를 대체하기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유럽 로마자 문화권에서는 QWERTY 자판을 약간 변형해 액센트 문자를 추가한 버전을 사용한다.

프랑스어 QWERTY 자판 (출처 : Wikipedia)
이태리어 QWERTY 자판 (출처 : Wikipedia)


한글 키보드에는 두벌식과 세벌식이 존재

두벌식: 간결함과 대중성을 가진 자판

두벌식은 자음과 모음을 각각 왼쪽오른쪽에 배치하여 두 번의 입력으로 한 글자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세벌식: 효율성의 끝판왕

세벌식은 초성, 중성, 종성을 각각 독립적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이 방식은 손가락을 골고루 사용해 입력 효율성이 뛰어나고 손의 피로도가 낮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중화는 덜 된 편이다.

 

두벌식 한글 자판 (출처 : Wikipedia)

 

세벌식 한글 자판 (출처 : Wikipedia)

두벌식 vs 세벌식: 무엇이 더 좋을까?

세벌식이 입력 속도 면에서는 두벌식을 앞서지만, 자판의 단순함 익숙함 덕분에 두벌식이 더 널리 사용된다. 한글은 조합 원리에 따라 자소(초성, 중성, 종성)를 별개로 입력하여 글자를 조립하기 때문에 적은 건반 수로도 한글 입력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문자 수가 많은 언어는 자판을 어떻게 해결하나?

하나의 건반에 여러 문자가 담긴 언어

인도의 데바나가리 문자, 뱅골 문자나 동남아시아의 태국어, 크메르어, 미얀마어 등에서 처럼 많은 문자로 이루어진 언어의 경우, 하나의 건반에 여러 문자를 할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글자를 입력하려면 여러 가지의 보조 키를 사용하거나, 같은 키를 여러 번 눌러 원하는 문자를 선택해야 한다.

인도의 데바나가리 문자 자판 (출처 : Wikipedia)
태국어 자판 (출처 : Wikipedia)
아랍어 자판 (출처 : Wikipedia)

 

한자 입력, 발음이나 부수를 이용하여 입력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한자를 사용하는 언어는 키보드 입력이 더 큰 문제이다. 수많은 한자를 모두 키보드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몇 가지 입력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 발음이나 가나로 풀어서 입력: 일본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입력한 뒤 한자를 선택하는 방식
  • 한자 부수로 구분하여 입력: 대만(번체)이나 중국(번체)의 경우 한자의 구성 요소를 기준으로 분해하여 입력

일본어 자판 (출처 : Wikipedia)
대만의 중국어 자판 (출처 : Wikipedia)

수천 개의 한자 입력, 아직도 풀리지 않는 난제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Wubi 자판은 부수를 이용한 오필건위도 방식으로 한자를 그나마 빠른 속도로 입력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건반에 많은 개수의 문자가 할당되어 있어 사용하기에 많이 불편하여,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모바일 앱에서는 영어로 발음을 입력한 후 한자로 변환해 주는 방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오필건위도 방식의 Wubi 자판 (출처 : Wikipedia)

 

일본의 한 블로거는 한자 입력의 어려움을 다음 그림과 같이 드럼에 빗대어 배치해 보았다. 비록 상상으로 만든 장면이지만 한자 입력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출처 : https://blog.google/intl/ja-jp/products/android-chrome-play/2010_04_google/ )

 

키보드의 한계를 넘어서: 음성 입력의 부상

한편에는 음성 입력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타이핑 대신 음성을 활용하면 문자 입력의 복잡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음성 입력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많은 사용자가 이를 선호하게 되었다.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을 가면 많은 여행 가이드가 키보드 입력대신 음성 통역기를 사용하여 대화하고 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후손에게 물려준 크나 큰 선물

한글은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물려준 가장 위대한 선물 중 하나이다. 간결하고 체계적인 구조 덕분에 디지털 시대에도 한글의 과학성은 빛을 발하고 있다.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출처 : 나무위키)

 

로마자 자판과 한글의 차이

많은 언어는 로마자 자판을 기반으로 입력 방식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큰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글은 큰 수정 없이 문자만 재배치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어, 두벌식 자판은 자음과 모음을 각각 나눠 입력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적은 건반 개수로도 모든 글자를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한글은 디지털 기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바일 쿼티 자판 (출처 : 나무위키)

한글의 과학성과 디지털 시대의 적응력

한글은 처음에 창제될 때부터 소리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만든 문자이다. 이 덕분에 디지털 시대에도 손쉽게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입력할 수 있다. 휴대폰 기기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천지인 자판이나 SKY(베가) 자판의 경우 한글의 소리구성 원리를 이용하여 자판을 배열하였다. 자음 문자도 같은 계열의 소리(즉, ㄱ과 ㅋㄲ, ㄷ과 ㅌㄸ, ㅈ과 ㅊㅉ 등)를 같은 건반에 배치하였고, 천지인의 경우에는 모음 문자도 소리의 구성원리에 따르도록 했다.

천지인 자판과 SKY(베가) 자판 (출처 : 나무위키)


최근에는 AI 시대를 맞이하여 음성 인식,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