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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베꼈나? MS, Apple, Xerox의 GUI 소송

IT조아(it-zowa) 2025. 2. 10. 02:12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GUI 소송, 그리고 제록스의 소송!

 

1988, 컴퓨터 업계 거물들의 뜨거운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매킨토시 macOSGUI(Graphical User Interface) 개념과 모양을 윈도우즈 2.0에서 "베꼈다"라고 애플(Apple) 사가 5.5억 달러라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소송이 진행되는 중간에 제록스(Xerox)가 애플에게 “너희도 우리 GUI를 베꼈잖아!”라고 주장하며 또 다른 소송을 시작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법원은 MS가 일부 측면에서 애플의 GUI를 참고했지만 윈도우즈 1.0 당시에 일부 저작권 라이센싱을 하였고, 인터페이스의 '전체적인 인상(Look and Feel)'은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어서 MS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MS는 승소했고 애플은 아쉬운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

 

애플은 GUI 개발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지만, 그 아이디어는 제록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기존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재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PC의 GUI인터페이스, 이 모든 개념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Xerox PARC, 개인용 컴퓨터와 GUI 연구를 선도하다

PC와 GUI의 혁신이 시작된 곳은 바로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Palo Alto) 시에 위치한 Xerox PARC(Palo Alto Research Center) 연구소이다.

 

이곳에서는 1973년에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인 'Alto'라는 워크스테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 Alto는 'Xerox Star'라는 이름의 운영체제를 탑재하였고, 데스크탑 메타포와 GUI 개념을 도입한 첫 개인용 컴퓨터로 지금 우리가 쓰는 인터페이스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특히 HCI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가 1968년 시연한 마우스와 GUI 실제로 구현하였다.

Xerox Alto 컴퓨터와 엥겔바트가 시연한 최초의 마우스 (출처 : Wikipedia, dougengelbart.org)

 

1981년에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진전을 한 Xerox 8010 시스템까지 발표하였다. 제록스에서 개발한 GUI는 기존의 텍스트 명령어 방식의 인터페이스에서 마우스 클릭 만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든 UI(사용자인터페이스) 혁명이었다.

Xerox 8010 시스템과 GUI 화면 (출처 : Wikipedia )

 


애플, 제록스에서 얻은 힌트로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다.

애플 탄생을 이끈 혁신가, 스티브 잡스(왼) 스티브 워즈니악(오)

 

그렇다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어떻게 이 혁신적인 기술을 얻게 된 걸까?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과 Apple 1으로 애플컴퓨터를 창업하고, 1977년 Apple 2가 성황리에 판매되어 대 성공을 거두었다. Apple 1과 Apple 2는 텍스트 기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후 후속 제품을 고민하고 있던 중 Xerox의 투자 제안이 들어와서, 투자 조건으로 Xerox의 PC 및 GUI 프로젝트를 구경하기로 했다. 잡스는 비디오게임 회사 Atari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Xerox의 PC에 관심이 많았다.

 

이때 직접 보았던 GUI 기술을 바탕으로 후속 PC를 개발하기 위한 리사(Lisa) 프로젝트를 1979년부터 진행하여 1983년 Lisa 시스템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Lisa는 $10,000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였지만, 다음 해에 그 후속으로 저가격($2,500)으로 경량화된 매킨토시(Macintosh)가 크게 성공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Lisa 1, 위에 하드디스크가 있다. (출처 : 나무위키)

 

여담으로, Lisa라는 이름은 Local Integrated Software Architecture의 약자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스티브 잡스의 첫째 딸인 리사 브레넌 잡스(Lisa Brennan Jobs)의 이름에서 명명했다고 나중에 고백을 하였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에는 리사가 자신의 딸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본인의 딸로 인정하고 미안한 마음에 시스템 이름으로 명명까지 한 것이었다. 

1984년 발표된 매킨토시 1과 GUI 화면, 1987년 발표된 매킨토시 2 (출처 : 나무위키, 위키백과)

 

“애플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가 쉽게 신기술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우리가 최고다.”
스티븐 잡스의 이 한마디에서 애플의 철학과 성공 비결을 엿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즈 발표, 갈등이 시작되다.

MS는 베이직과 DOS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이다. 1980년 MS는 MS-DOS 운영체제를 모든 IBM 호환 PC 제조사에게 독점으로 공급을 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강자로 부상한다. MS-DOS는 Apple 1,2와 마찬가지로 텍스트 명령어 기반의 인터페이스였다.

 

1984년에 드디어 MS도 GUI 방식의 윈도우즈 1.0을 발표하였다. 이에 애플은 MS 윈도우즈가 애플 컴퓨터 GUI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강하게 항의하였다. 매킨토시의 GUI 디자인에 대한 유상 저작권 라이센싱을 하기로 하여 합의를 보았다.

매킨토시 macOS 1.0(좌)과 윈도우즈 1.0(중), 윈도우즈 2.0(우) (출처 : 나무위키)

 

그러나 1987년 기능적으로 크게 개선되고 기술적으로도 발전한 윈도우즈 2.0 출시하면서 다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었다. 급기야 애플이 1988년 5.5억 달러 규모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애플 매키토시에서 사용된 GUI 디자인의 특징과 소위 '전체적인 인상 (look and feel)’이 자신만의 특징이 있어 이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윈도우즈 1.0과 윈도우즈 2.0의 아이콘

 

1994년이 돼서야 종료되었을 정도로 오랫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는데 끝내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애플이 주장한 GUI 요소들에 대하여 윈도우즈 1.0 분쟁 시 이미 유상으로 라이센싱 하였거나 원저작자가 아닌 부분이므로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전체적인 인상의 독창성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으로 소스코드 자체는 보호받았지만, 보이는 화면 자체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제록스의 엉뚱한 반격

애플이 MS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지 1년 후 제록스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이전 소송과 같은 해인 1994종료되었다. 이 소송이 앞선 애플과 MS의 소송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제록스는 애플의 GUI가 자신의 GUI를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애플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애플이 리사와 매킨토시의 저작권을 가졌다고 주장하여 제록스가 다른 곳에 계약하는데 지장이 있으니 제록스 소유권을 확인해 달라고만 요구한 것이다. 

제록스 Star의 GUI와 애플 매킨토시의 GUI (출처 : 나무위키)

 

제록스의 소송은 법에 정해진 방법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저작권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요청을 한 이유로 제록스가 패소를 하였다. 6년에 걸친 역사적인 GUI 소송은 원고들의 패소로 종결되고, PC는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0년 후에 애플은 이번에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에 대하여 소송을 시작하였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아이디어의 발전과 진화, 그리고 혁신의 의미

흔히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아이디어는 없다고들 한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잘 엮어 사용자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애플과 MS, 그리고 제록스까지, 이들의 치열한 싸움과 협업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새 옷을 입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바로 이런 '연결의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