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멘토(2000년) 이야기 속 “단기기억상실증”
2000년도에 제작된 메멘토는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는 주인공 레너드가 아내의 살해범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독특한 구조의 스릴러 영화이다. 레너드는 한 번에 10분 정도만 기억할 수 있는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지만, 장기 기억은 온전하다.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그는 자신의 짧은 기억을 극복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중요한 사실들을 잊지 않기 위해 팔에 문신을 새기거나, 폴라로이드 사진을 남기며 메모를 적는다.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뇌 구조는 인식 메모리, 단기 기억 메모리, 장기 기억 메모리로 나뉜다. 영화에 등장하는 레너드는 이 중 단기 기억 메모리만 손상되었고 장기 기억 메모리는 정상이라는 설정이 특징적이다. 이 구조는 컴퓨터의 메모리 구조와 동일하다.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뇌구조론
R. Atkinson과 R. Shiffrin이 제안한 인간 두뇌의 기억 모델은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이 모델은 정보가 뇌에 입력되고 처리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감각기억(Sensory Memory)
감각기억은 외부 자극이 처음으로 들어오는 단계로, 정보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된다. 감각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빠르게 소멸되지만, 필요한 정보는 단기기억으로 전달될 수 있다. 우리가 차 타고 가면서 무심코 본장면 들은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Working Memory)
감각기억에서 전달된 정보는 단기기억에 저장된다. 이 단계에서는 정보가 일시적으로 보관되며, 반복 과정을 거쳐 약 1% 정도의 정보가 부호화되어 장기기억으로 이동하게 된다. 우리가 두뇌에서 기억하던 사실들은 며칠 지나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기억을 잘 보관하여야 한다.
장기기억(Long-Term Memory)
단기기억에서 정교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이전된 정보는 오랜 기간 동안 저장될 수 있다.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필요할 때 다시 인출되어 단기기억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감각기억에서 시작해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잘 보여준다.
우리가 학습을 하는 것은 뇌의 기억모델을 따른다.
기억의 과정: 부호화(Encoding), 저장(Storing), 인출(Retrieval)
학습 행동의 근거는 인간의 기억 구조와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학습과 기억은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억의 과정과 원리를 이해하면 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설계할 수 있다. 학습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부호화 과정이며, 시험공부를 위해 외우는 일은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정교화 과정이며, , 시험을 볼 때는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부호화(Encoding) ⇔ 수업
부호화는 새로운 정보를 감각이나 생각을 통해 기억에 저장할 준비를 하는 단계다. 정보가 효과적으로 머릿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복(연습)하거나, 그 정보를 특이한 상황과 결부시키는 방법이 유용하다. 유능한 학원 강사가 설명을 재주껏 잘해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잘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저장(Storing) ⇔ 암기/시험공부
부호화된 정보는 단기기억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후, 반복과 정교화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이전된다. 정교화(Elaboration)는 단순한 암기를 넘어 정보를 깊이 이해하고 확장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개념을 기존 지식과 연결하거나, 관련 사례나 이미지를 활용해 학습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이 포함된다. 시험공부를 할 때 방대한 분량을 외우려면 연상기법 등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반복하여 기억에 저장한다.
인출(Retrieval) ⇔ 시험 치르기
인출은 시험과 같은 상황에서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어 사용하는 단계다. 기억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인출하려면 자주 복습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정보를 사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억이 더 강하게 자리 잡아 필요한 상황에서 쉽게 끄집어낼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뇌 구조를 본떠서 설계한 컴퓨터 메모리 구조
인간의 기억 구조는 컴퓨터의 메모리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은 각각 버퍼 메모리, 주기억장치(RAM), 보조기억장치(HDD, SSD)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기억과 컴퓨터 메모리는 구조와 역할에서 밀접한 유사성을 보인다.
감각기억 → 버퍼 메모리, 캐시 메모리
감각기억은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기억이다. 카메라나 프린터와 같은 입출력 장치에서 사용되는 버퍼 메모리나 컴퓨터 CPU 안에 있는 캐시 메모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짧은 시간 동안 데이터를 유지하며, 즉각적인 처리를 위해 사용된다.

단기기억 → 주기억장치(RAM)
단기기억은 현재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주기억장치의 역할을 한다. RAM(Random Access Memory)처럼 작업 중인 데이터를 저장하며, 작업이 끝나면 사라지는 휘발성 특성을 가진다.
장기기억 → 보조기억장치(HDD, SSD)
장기기억은 데이터를 오랜 기간 저장하는 기억이다. 컴퓨터의 HDD(Hard Disk Drive)나 SSD(Solid State Drive)처럼 필요할 때 다시 불러올 수 있도록 대용량의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한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과 컴퓨터 메모리는 구조와 역할에서 밀접한 유사성을 보이며, 학습과 데이터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메모리 성능 발전의 핵심 요소
컴퓨터 메모리 구조는 인간의 뇌 구조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이를 본떠 설계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구조는 이후 속도와 용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발전해 왔다.
외부 감각의 인식을 위한 버퍼 메모리는 CPU의 속도에 영향을 주며, RAM의 용량과 속도는 컴퓨터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하드디스크와 외부 메모리에서는 저장 용량과 접속 속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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