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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진범 누구냐? 넌?

IT조아(it-zowa) 2025. 3. 17. 05:29

“살인의 추억”, 진범은 결국 30년후 DNA 데이터베이스로 확인! 

살인의추억 영화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살인의 추억 줄거리

1986년, 경기도의 어느 날. 젊은 여인이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은 공포에 휩싸였고, 사람들은 해가 지면 외출조차 꺼렸다. 강간과 살인이 반복되는 이 끔찍한 사건들은 모두 같은 범인의 소행이었다. 당시엔 '연쇄살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기에 경찰도 혼란스러워했다. 피해자는 14명에 달했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이 사건을 바탕으로 2003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 '살인의 추억' 을 만들었고, 이 영화는 실제 사건만큼이나 큰 충격과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도 현실 속 사건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었다.

사건 당시 몽타주 공고 (출처 : 나무위키)

데이터베이스에서 해결

그런데 2019년 9월, 사건 발생 30여 년 만에 진범이 밝혀졌다. 이름은 이춘재. 그는 이미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서는 바로 DNA였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채취했던 DNA를 최신 기술로 분석한 결과, 교도소에 수감된 전과자들의 DNA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 인물을 찾아낸 것이다. 10건의 연쇄살인 사건 중 2건에서 나온 DNA가 이춘재와 정확히 일치했다. (아래 그림은 이춘재가 자백 과정에서 직접 적은 자신의 범죄 목록이다. '12+2'에서 12는 화성과 수원에서, 2는 청주에서 한 살인을 뜻한다.)

이춘재의 자백 (출처: 나무위키)

 

그렇다면 왜 범인을 찾는 데 30년이나 걸렸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데이터의 부족 때문이다.

 

당시에는 범죄자의 DNA 정보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 가 없었다. DNA 분석 기술도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런 정보를 쌓아두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미비했다. 결국,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고 전과자들의 DNA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비로소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데이터다. 이를 저장하여 구축한 DB가 있어야 정보 검색이나 가공이 가능

 

 

다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국가 정보화를 통한 DB 구축이 잘되어 있다. 더 나아가 지능정보 사회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떠한 데이터베이스들이 구축되어 있고 지능정보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대한민국의 국가 정보화 현황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정보화가 잘된 나라 중 하나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한 건 물론이고, 어디서든 민원서류를 뗄 수 있고, 휴대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이유도 모두 국가정보화 덕분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가정보화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한국의 국가정보화는 1983년,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으로 시작됐다. 이 사업은 5개의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바로 행정, 금융, 교육연구, 국방, 공안 전산망이다.

 

전산망 사업의 핵심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데이터베이스(DB).

  • 하드웨어(HW) 는 컴퓨터와 서버 같은 물리적인 장비이고,
  • 소프트웨어(SW) 는 장비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데이터베이스(DB), 즉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된 데는 통신망단말기 보급이 큰 역할을 했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깔려 있고,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1990~2000년대에 PC방이 전국에 퍼지면서 고성능 컴퓨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정보화에 영향을 줬다.

 

한국의 국가정보화는 단순히 인터넷만 빠른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 구축이었다. 이건 대부분 국가 주도로 진행됐다. 그 핵심은 바로 데이터베이스(DB)이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바로 국가정보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 행정망: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졸업증명서 같은 민원서류를 어디서든 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전국의 행정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연결하였기 때문이다.
  • 금융망: 통장이 없어도 PC나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세금 신고도 자동화되고 있는데, 이 역시 데이터베이스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교육연구망: 학생들의 성적 관리생활기록부 같은 정보도 모두 전산화돼 있다. 덕분에 대입 전형 때 수많은 데이터를 쉽게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은행 ATM 기기들, 정부 24 홈페이지 (출처: 나무위키, 정부24)


공공데이터 포털

이제는 단순히 국가가 주도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가 보유한 국가기간정보 DB와 다양한 공공 데이터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개발자들이나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공공 데이터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정보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버스 도착 정보, 미세먼지 농도, 병원 위치, 농산물 유통 정보 등이 있다. 이런 데이터는 단순히 열람하는 수준을 넘어, API로 쉽게 불러올 수 있어서 앱 개발, 웹 서비스 구축,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를 활용해 만든 앱이 바로 이런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또한, 기상 데이터와 결합하면 날씨에 따라 최적의 이동 경로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만들 수 있다.

 

2011년에는 공공 데이터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식 포털 사이트인 공공 데이터 포털이 등장했다. 이곳에서는 교통, 의료, 환경,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누구나 다운로드하거나 API로 호출해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복잡한 행정 절차 없이도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공공데이터포털 웹사이트

 

공공 데이터만큼 중요한 게 바로 민간 데이터다. 이것은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로, 대표적인 예가 전자상거래 기록, 소비자 행동 패턴, IoT 기기에서 수집된 데이터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민간 데이터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있다. 특히, 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민간 데이터의 매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필요한 데이터를 구매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는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공공데이터를 통해 지능정보사회 구축

한국의 정보화 역사는 기간전산망 사업에서 시작됐다. 1983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행정, 금융, 교육, 국방, 공안 분야의 전산화를 목표로 했다. 이후 국가정보화 사업으로 확장되면서 전국적으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지능정보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이 있다. AI가 똑똑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공 기관이 앞장서서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AI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자율주행: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기 위해 도로, 차량, 보행자 관련 데이터를 학습한다.
  • 의료: AI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의료 영상, 환자 기록 같은 데이터로 학습한다.
  • 금융: 이상 거래 탐지, 신용 평가, 투자 전략 수립 등 금융 분야에서도 방대한 데이터가 AI 학습에 활용된다.

결국, AI의 성능은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학습하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빅데이터 분석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기업들은 산업별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있다.

  • 유통업에서는 소비자 구매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 스마트 시티에서는 교통, 환경, 에너지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 금융에서는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리스크 관리와 사기 탐지 시스템을 강화한다.

이렇게 빅데이터 분석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NIA 데이터통합혁신센터 추진 정책 개념도 (출처 : NIA)


데이터 주도 시대, 데이터 구축 전략과 미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때는 하드웨어(HW) 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좋은 컴퓨터, 빠른 서버, 튼튼한 네트워크가 경쟁력이었고, 누가 더 좋은 기계를 갖췄느냐가 중요했다.

 

그 다음은 소프트웨어(SW)가 주도하는 시대가 왔다. 똑같은 기계를 써도 어떤 프로그램을 돌리느냐에 따라 효율과 편리함이 달라졌다. 애플리케이션, 운영체제, 웹 서비스가 혁신의 핵심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시대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원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모든 걸 결정한다.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나 기록이 아니다.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데이터베이스(DB) 를 통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분석하고, 가공하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추천 알고리즘, 맞춤형 광고, 실시간 번역,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모든 것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만약 ‘살인의 추억’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DNA 데이터 (출처: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980년대, ‘살인의 추억’ 속 연쇄살인범을 찾는 데 30년이 걸렸다. 당시에는 DNA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았고, 분석 기술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진범을 찾는 데 30년이 걸릴 이유가 없다. 데이터가 바로 그 답이다.

CCTV 영상 데이터, 휴대폰 위치 추적 데이터, DNA 데이터베이스, 교통카드 사용 기록, 신용카드 거래 내역...

 

이 모든 정보가 서로 연결된다면, 범인의 흔적은 금방 드러날 것이다. 더 나아가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과거의 패턴을 분석해 위험 요소를 미리 감지하고, 경찰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모으고, 가공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를 단순한 기록으로 남길지,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지, 그 선택은 우리가 어떻게 데이터와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