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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 chill 대처 방안

IT조아(it-zowa) 2025. 5. 19. 21:24

무시하면 끝날 줄 알았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극의 시작은 ‘댓글’이었다.

단순한 비판이나 의견이 아닌, 사람을 겨누는 말들은 때때로 너무나 가혹했고, 때로는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2008년, 당시 최고 국민 여배우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2013년에는 그녀의 남편이었던 유명 야구선수 역시 악플과 루머 속에 세상을 떠났다. 2019년에도 유명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이 연이어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2022년에는 유튜버와 배구선수까지 악성 댓글로 인해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20년 가까이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플랫폼은 바뀌었고, 사용자도 세대도 변했지만 댓글창은 여전히 사람을 겨누는 창처럼 날카롭다. 악성 댓글은 왜 이렇게까지 파괴적인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바뀌지 않는가?

이 글에서는 먼저 악성 댓글의 유형과 특징을 살펴보고, 그것이 왜 생겨나는지,

그리고 chill 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대처하는 방법까지 알아보자. 


악성 댓글의 특징

악성 댓글은 단순히 ‘기분 나쁜 말’에 그치지 않는다. 표현은 짧고 익명일지라도, 그 영향력은 깊고 오래간다. 그 안에는 공격, 조롱, 혐오, 왜곡, 선동 등 다양한 파괴적 성격이 뒤섞여 있다. 특히 아래 네 가지 특징은 많은 악플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1) 인신공격적 성향

악성 댓글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개인을 향한 노골적인 공격이다. 외모, 성격, 성별, 가족, 사생활 등 민감하고 개인적인 요소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며,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기 위한 표현이 많다. 특히 외모 비하는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유형이다.

 

“XX 닮아서 보기 불편하다”, “성형 왜 했냐”, “눈이 왜 그러냐” 등, 누군가의 생김새에 대해 조롱하거나 혐오감을 드러내는 말들이 댓글 창을 채운다. 아이돌은 체중이 조금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돼지", "먹지 마라"는 댓글을 반복적으로 받기도 한다. 심지어 아무 관련 없는 가족이나 지인까지 언급하며,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악플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피해자는 자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과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이는 정신적 고통으로 직결된다.

(출처 : "전지적 참견 시점")

2) 허위 정보의 유포

악성 댓글의 또 다른 치명적인 특징은 사실 확인 없이 유포되는 루머성 정보다. 인터넷상에서 누군가가 “~래”, “직접 봤다더라”는 식의 말을 흘리면, 그 말은 순식간에 ‘사실처럼’ 퍼지기 시작한다.

 

“예전에 연예인 A랑 몰래 사귀었다더라”, “학폭 가해자라서 조용히 넘어간 거래”, “출연료 밀린 거 아니야?”와 같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추측과 상상이 덧붙어 확산된다. 이 중 다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의 일부만을 왜곡한 내용이지만, 이미 공개된 댓글에서는 '정답처럼' 소비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퍼진 허위 정보가 명예훼손은 물론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한 번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익명 뒤에서 뿌려진 무책임한 말 한 줄은, 당사자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공인뿐 아니라 일반인 피해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악성 루머 댓글은 단순한 '인터넷 놀이'가 아니라 디지털 범죄에 가깝다.

 

허위 정보의 유포 (출처 : mbc news)

3) 반복적, 집단적 공격

악성 댓글은 혼자보다 여럿이 달 때 훨씬 더 무섭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명이 같은 대상에게 집단적으로 댓글을 달아 괴롭히는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의 양상도 빈번하다. 특정 인물에 대한 비난이 집단적으로 반복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이 작은 실수나 발언 논란에 휘말렸을 때, 일부 이용자가 비판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 금세 “몰아가기”가 시작된다. “얘는 원래 이랬다”, “그때도 문제 있었다”, “왜 아직 방송 나오냐?” 같은 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관련 없는 다른 이슈까지 끌어오며 인격을 해체하듯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댓글은 개별 의견이라기보다 공격 명령에 동참하는 신호처럼 작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댓글들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다르더라도, 유튜브·인스타그램·트위터 등 모든 채널에서 같은 말이 반복되면, 피해자는 도망갈 곳이 없다. “눈에 띄는 곳마다 내 욕이 있다”는 인식은 사람을 극도로 불안하고 위축되게 만든다. 한두 개일 때는 견딜 수 있었던 말이, 100개, 1,000개가 되면 결국 사람을 무너뜨린다.

사이버 불링 예시 (출처 : 아시아타임즈)

4) 감정 유발과 도발

일부 악성 댓글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거나 싸움을 유도하기 위해 작성된다. 누군가를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거나 분란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어디 한번 반응해 봐라”는 식의 조롱이나, 의도적으로 분노를 유발하는 비아냥은 결국 더 큰 논쟁이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그 정도로 예민하면 연예인 하지 마라”, “솔직히 저런 성격이면 욕먹어도 싸지 않냐?”, “쟤 팬들이 더 문제야” 같은 말은 겉보기에 의견처럼 보이지만, 대상을 이중으로 비난하거나 팬과 대중 사이의 갈등을 조장한다.

 

이러한 유형은 댓글창을 ‘대화의 공간’이 아닌, ‘싸움의 판’으로 만들며 여론을 왜곡시킨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감정을 유도하는 악플이 결국 진짜 악플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댓글창을 ‘소통의 공간’이 아니라 ‘분노의 투기장’으로 만드는 시작점이 바로 이런 도발성 표현들이다.


악성 댓글은 왜 만들어지는가?

악성 댓글은 그냥 "나쁜 사람이 있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익명성에 숨어 무책임한 말이 가능해진 디지털 구조, 감정 해소 수단으로 쓰이는 왜곡된 심리, 그리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까지.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악플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만든 환경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출처 : 한국경제tv, 한겨레)

1) 익명성의 무책임

악성 댓글을 가장 쉽게 만들어내는 배경은 단연 ‘익명성’이다.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되며, 댓글 한 줄에 책임질 필요도 없는 환경은 사람들이 쉽게 말의 수위를 넘게 만든다. 현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도, 모니터 뒤에선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구조다. “설마 보겠어?”, “내가 한 건 아니잖아” 같은 생각은, 악플에 대한 죄책감을 지우고 그저 하나의 ‘참견’으로 포장한다.

2) 감정의 배설구 역할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일수록, 누군가는 그것을 표출할 출구를 찾는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화를 낼 대상이 없거나, 현실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일수록 ‘대리 공격’의 대상을 찾게 된다. 연예인, 정치인, 공인처럼 노출도가 높은 인물은 그 감정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무언가 잘나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이들에게 쏟아지는 악플에는 질투와 분노가 뒤섞인 감정 해소 심리가 담겨 있다.

3) 온라인 군중심리

댓글창이 시끌벅적할수록, 한 번의 비난은 군중행동으로 확대되기 쉽다. 처음에는 단 한 줄의 비판이었지만, 곧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나만 가만있을 수 없지”라는 생각이 덧붙여진다. 결국 같은 말을 반복하고, 점점 더 수위 높은 표현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가해자라는 인식은 희미해지고, ‘참여자’라는 착각만 남게 된다.

4) 언론과 플랫폼의 책임 회피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악플을 유도하는 언론, 트래픽 확보를 위해 악플을 방치하는 플랫폼도 악플 확산에 일조한다. ‘사건 정리’라며 단편적인 정보만 보여주는 기사, “누가 뭐랬다더라”는 류의 자극적 콘텐츠는 사람들의 감정을 들쑤시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플랫폼 역시 실시간 검색, 추천 알고리즘 등을 통해 논란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구조적으로 악플을 부추기고 방치하는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악성 댓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악성 댓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악성 댓글은 단지 보기 불편한 말을 넘어서,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디지털 폭력이다. 더 이상 “무시하면 된다”는 식의 조언으로는 부족하다. 악성 댓글은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법과 기술, 제도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태도 변화가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줄어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한 줄의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책임을 돌아보는 자세다. 악플을 막는 건 검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선택’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법적 대응 강화

우선 악성 댓글에 대해 실질적 처벌이 가능한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도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할 수는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소·고발 절차를 간소화하고, 피해자가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디지털 피해자 보호가 보다 현실화되어야 한다.

 

실명제 또는 본인 인증 강화 논의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지만, 동시에 책임 없는 발언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실명제 도입보다는, 댓글 작성 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시스템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댓글 작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유도하고, 반복적 악플 작성자를 추적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플랫폼의 자율 규제 강화

플랫폼도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선 안 된다. AI 기반의 자동 필터링 시스템, 악플 신고 즉시 차단 또는 임시 숨기기 기능, 그리고 사용자 맞춤형 차단 도구를 도입해 악성 표현을 조기에 걸러내야 한다. 특히 반복적 악플러에 대해서는 계정 정지나 IP 차단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문화 개선

악성 댓글을 줄이기 위해선, 기술적 대응만큼이나 문화적 접근도 중요하다. 학교 교육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디지털 시민 의식을 기르고, 선플 운동, 공감 캠페인 등을 통해 건강한 소통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건 댓글 한 줄일 수 있다. 그 말이 칭찬과 지지라면, 우리는 더 나은 온라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심리적 대응과 회복 전략

악성 댓글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 단순히 참거나 혼자 견디지 말고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많은 연예인과 일반인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전문적인 치유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병원이 연계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나 디지털 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 설립도 필요하다.


악플 방지법, 실효성 있는가?

악성 댓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여러 차례 악플 방지법을 발의하고 법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 법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현재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댓글은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게시글 삭제 요청도 가능하다.

 

문제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피해자 중심이라는 점이다. 피해자가 일일이 증거를 수집하고, 경찰서나 검찰에 직접 고소장을 접수해야 하며, 오히려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도 '대응할 힘조차 내기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된다. 가해자는 익명성에 숨어 있고, 플랫폼은 빠르게 회전하지만, 피해자는 느리고 혼자다.

 

실명제를 강화하거나 댓글 규제를 강화하면,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한다. 반대로 규제를 풀면, 무책임한 말들이 범람하고 누군가는 다시 고통받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건 극단적인 조치가 아니라, 자유와 인권 보호를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법 개정’이다. 

(출처 : 노동자 연대)


Chill 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

 

악플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댓글창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처음 들으면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이는 실제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연예 뉴스, 스포츠 기사 등에서는 이미 댓글창을 닫는 정책이 시행되었고, 그 이후 해당 기사에 달리던 악플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악성 댓글이 자라날 공간 자체를 막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chill 하게 댓글창을 없앤다는 것은 소통의 창을 닫는 것이기도 하다.

 

비판이나 다양한 의견, 지지와 격려의 말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댓글을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책임 있게 쓸 것인가다.

 

법, 기술, 제도 모두 중요하지만
👉 결국 악플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패는, 댓글을 다는 우리의 ‘태도’와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