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Bug)가 정말 벌레라고?
1947년 9월 9일, 하버드(Harvard) 대학교 컴퓨터 연구실에서 운영 중이던 Mark II 컴퓨터에서 갑작스러운 오작동이 발생했다. 컴퓨터 Mark II는 복잡한 회로와 기계식 부품들로 이루어진 대형 컴퓨터이다. Mark II의 개발팀의 일원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선구자였던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한 달 넘게 고생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였다.
원인 찾기를 포기하고 컴퓨터 대청소를 진행하던 도중,...
... 컴퓨터 회로 안에 진짜 나방이 떡하니 끼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 나방이 전기 흐름을 방해해 시스템에 오류가 난 것이었다! 그레이스 호퍼는 이 나방을 연구노트에 붙이고, "최초로 발견된 실제 버그(First actual case of bug being found)"라며 유쾌한 메모를 남겼다. 이 연구노트는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1년 뒤, 한 잡지사에서 에세이를 요청하자 호퍼는 이 나방 사건을 기고하면서 "디버깅"이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오작동의 원인은 나방(bug)이 회로에 붙어서 발생되었으며, 나방을 제거하니(de-bugging) 정상 작동하였다". 그 이후로 디버깅은 프로그램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을 뜻하게 되었다.
그럼, 디버깅의 시작을 알린 그레이스 호퍼의 멋진 업적을 함께 살펴보자!
세계 최초 디버거, 그레이스 호퍼
Havard Mark II와 그레이스 호퍼의 업적
그레이스 호퍼는 190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푹 빠져 지냈던 그녀는, 열정 하나로 예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따내게 된다. 이후 그녀는 미국 해군 장교이자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로 활약하게 된다.

Havard Mark I: 1944년 하버드 대학교와 IBM이 공동 개발한 초기 전자식 컴퓨터
Havard Mark II: Mark I의 후속 모델로 성능이 향상된 컴퓨터
호퍼는 바로 이 Mark I에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며 컴퓨터 과학의 길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레이스 호퍼는 Mark I에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며 컴퓨터 과학 분야에 입문하였다. 이후, 호퍼는 Mark II의 운영과 유지보수에 참여하며 프로그래밍 경험을 쌓았고, Mark II를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이 과정에서 디버깅이라는 개념을 창시하였다.
COBOL의 창시자
그레이스 호퍼는 COBOL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COBOL은 "Common Business-Oriented Language"의 약자로, 비즈니스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다. 호퍼는 군사와 정부 기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어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COBOL이다.
당시에는 Fortran이라는 언어가 주로 수학 계산에 쓰였으며, COBOL은 비즈니스와 행정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어서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덕분에 프로그래밍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오늘날까지도 금융과 행정 시스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언어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기계어나 어셈블리언어를 사용하다가 Fortran과 COBOL이 탄생하면서 프로그래밍 언어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그러한 발전의 바탕에는 호퍼의 비전과 혁신이 깔려 있었다.
탁월한 연설가
그레이스 호퍼는 탁월하고 냉철한 연설가이기도 했다.
미국 해군, 군사 기관, 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연설을 진행하며, 주로 기술적 주제를 쉽게 풀어내 컴퓨터 과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집중했다. 그녀의 연설은 청중이 컴퓨터 과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기존 방식을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그레이스 호퍼의 교훈
The most dangerous phrase in the language is, 'We've always done it this way.'
가장 위험한 표현은 '우리는 항상 이렇게 해왔다’ 이다.
그레이스 호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는 다음과 같다.
-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 관습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 탐구
호퍼처럼 익숙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더 나은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것. 그게 바로 호퍼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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